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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마음의 안전거리 - (일)

by csk 2013. 9. 15.

자동차 사고의 원인 중에 흔하게 듣는 말이 있습니다. 


" 안전거리 미확보"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고가 나곤 합니다. 그런데 그 안전거리가 우리의 마음에도 필요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이번주 저의 회사 생활은 매우 좋은일도, 매우 힘든 일도 있는 굴곡이 큰 한 주 였습니다. 이럴때 저는 평정심을 잃고 심하게 자책하거나 우울해 하곤 하는데요, 그래도 이번에는 예전보다 수월하게 견뎠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안전거리 덕분에요. 제가 생각하는 마음의 안전거리란 일의 결과를, 곧 자신의 가치로 환산하는 습관을 멈추는 것입니다. 


일의 결과에 대해서 (나와의) 안전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저는 일이 멋지게 마무리 되었을 때에도 너무 흥분한 상태로 다니다가 다른 실수를 하지 않고 싶구요, 일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나 자신을 못났다고 생각하거나 오랫동안 우울한 상태에 머무르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이란것이 뜻대로 조절이 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여러가지 고민을 해보았는데, 저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일을 하기전에, 또는 발표나 공유하기 위한 회의와 같은 마지막 마무리를 하기전에 그 결과에 대한 예상을 해보는거죠. 음, 단순히 결과 예상이라기 보다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보는 겁니다. 


거창한건 아니구요, 회의를 하러 가기 전에 그냥 수첩에 끄적끄적 해보는거죠. 

- 0명 이상이 찬성하면 성공한걸로,

- 대체로 이해하고 0번 이상 추가적인 질문이 나오면 성공한걸로,

- 가장 관련이 깊은 00파트에서 수용하거나, 검토하겠다고 하면 성공한걸로,

예를들면, 이런식입니다. 

 

이걸 적을 때는요, 스스로 생각하는 솔직한 기준을 적어야 합니다. PM이나 윗사람이 아니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이라야 해요. 나를 설득하기 위한 거니까요.

그리고 또 위에서 보듯이 가급적 정량화 할 수 있는, 결과를 O,X로 할 수 있게 적어야 합니다. 두리뭉실 하면 결과에 대해서 스스로도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고 그럼 O라고 하더라도 나 스스로 인정이 되지 않더라구요.


회의 후 적절한 시점에 다시 수첩을 펴고 기준을 확인해봅니다. 그리고 동그라미의 갯수에 따라서 매우 성공적인지 성공적인지 아니면 부족한지 확인을 하죠. 그럼 기분이 매우 차분한 상태에서도 내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돌아 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기준을 세우는 행동은, 일이  잘 마무리 되었을 경우에는 이런 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잘 마무리 되었더라도 한 명의 질문이나, 한 명의 비난에 맞닥뜨리면 그것만 기억나서 괴롭고, 많은 사람들의 칭찬이나 인정이 제 맘에 와닿지 않는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그게 제 성격이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기준을 먼저 세우고 정리를 하면서 부터는 어느정도 스스로 잘했다는 인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음 이게 저에게는 참 중요하고 의미있는 변화 입니다. ^^;)

 

일이 잘 끝났다고 하더라도 기준을 살펴보다 보면 조금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가장 민감한 그 파트가 회의에서는 별 말이 없었지만, 사전에 공유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다음에나 또는 당장, 그런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또 기분이 지나치게 UP되어서 평소보다 과장된 말과 행동을 하지않고 차분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나간 일을 되돌아본다는 (회고) 행위 자체가 그런 효과를 주는것 같아요. 이 때 조금 더 나아가 회고의 형식을 갖춰서 내가 이 일을 진행하면서 잘한점이 뭔지 부족했던점이 뭔지 까지 생각 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반대로 일의 결과가 좋지 않을때에도 효과는 있습니다....


저 리스트의 결과가 X가 많겠지요. 그런데 사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네요. 

쿠궁... 여러분들이 실망하시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재 뭐니... 이런 느낌.... --; 하지만,,,, 

제가 일을 너무 잘 한다는 뭐 그런 말도 안되는 자랑은 결코 아니구요! 리스트를 적어본 후부터 왜 X가 많은일이 없었을까 생각해 봤는데요.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네요.


성공에 대한 기준을 적다가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거기에 대비를 하게 되더라구요. 흠.. 물론 이런 효과를 누리려면 적어도 하루 전 쯤에는 기준을 적어봐야 하겠네요. 

일에 몰입해서 일만 하다보면 다양한 관점, 일종의 숲을 보는 시각을 놓치게 되죠. 그러다가 바로 발표를 하면 예상치 못한 반대 입장을 발견하게 되고 '띵' 하게 되구요. (전 정말 자주! 그런일을 겪었어요. 혼자 신나서 일하다가 '짠' 했는데 이런저런 생각지 못한 면을 지적받고는 부끄러워지는....) 그런데, 잠시 일 자체에서 벗어나서 이 일의 성공이란 뭘까를 생각해보게 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리스트를 만들때 참석하는 이해당사자들의 성격에 따라 그룹핑해서 만들어 보기도 했구요, 그게 마무리를 잘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네요.

이렇게 반복하다보면 성공에 대한 기준을 적는 기술(이것도 일종의 기술이라면 기술! ^^;)도 점점 늘게 되어서 선순환이 된답니다. 

 



저도 그렇지만, 주변에 많은 분들이 일의 결과가 좋지 않을때 무척 힘들어 하는걸 봤습니다. 그 때 위로하면서, 일의 결과가 곧 그사람은 아닌데, 거리를 좀 가지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저 자신에게 가장 많이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구요.

머리로는 그런 생각이 들지만 그게 실천이 잘 안됐었어요. "일이 잘되든 잘못되든 나는 나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다는게요. 이제 그 방법을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일과 나와의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셔서 행복한 삶에 조금 더 가까워 지시길 바랍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일 말고 사람에 대한 마음의 안전거리도 다루려고 했는데, 그건 다음기회에....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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