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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Data

구인/구직의 기록 - 데이터 분석가@스타트업

by csk 2017. 3. 6.
2년 반 정도 스타트업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일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인터뷰를 스무번쯤 했고, 최근 이직을 위해 내가 지원한 인터뷰도 열번 정도된다. 그 과정에서 알게된 점을 정리 해두고자 한다.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제부터 인터뷰는 모두 면접이라고 쓰려고 함)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은것은 면접은 일방적인 ‘선발’이 아니라, ‘탐색’의 자리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쫄 필요 전혀 없다! ^^;

빗대어보자면 시험이 아니고, 소개팅이나 맞선에 가까운 자리라는거다. 
조금만 노력한다면 지원자도 면접과정에서 이 회사가 나랑 맞는지 아닌지를 꽤나 정확하게 알아챌 수 있다. 
일단 회사에 가보면 느끼게 되는 첫인상이 있고, 말을 섞어보지 않아도 오가는 직원들의 표정과 말투에서 우리는 많은것을 알게된다. 느낌적느낌 이랄까? 뭐 그런거겠지. 그 와중에 한시간 이상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면접관이 주는 영향은 더 말할것도 없이 무진장 크고...  

한번은 인터뷰에 들어가자마자 먼길 오셨다며 의례적인 질문을 하길래, 나름 성실히 대답하고 있는데 이미 내 답변을 듣지 않고 있는 걸 느끼고 마음 상한 적이 있었다. (물론 중요한 질문은 아니지만, 난 누구랑 얘기하니? 이런 기분은 정말 별로거등.) 
좋은 회사일수록 피면접자를 충분히 존중하더라. 답변하는 내용을 노트북에 정리해야 해서 얘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끼실 수도 있다며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일 정도로... 

당신이 면접관이라면 - 특히 뽑고싶은 인재를 마주했다면 - 정말 잘 처신해야 한다. 오글오글 진부한 표현이지만 ‘여러분이 회사의 얼굴입니다’ 니깐...
면접자로써는 일단 지금까지 말했듯이 쫄지말고, 그리고 지원한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충분히 생각해 두어야 한다. 아무 질문도 안하는 건, 사실 입사 하고픈 의지가 그리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침구 장사하시는 친척 분 말씀이 떠오른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이쁘네요' 하는 사람은 안 살 사람이라고, 살 사람은 이것저것 묻고 따지는게 많다고...


그럼 이제 일반적인 얘기 말고, 데이터 분석가, 특히 스타트업에서의 데이터 분석가에 대해서 느낀점을 적어 보련다.

일단 스타트업은 업의 특성 상 당신이 좀 더 넓은 영역을 커버 할 수 있어야 뽑을 수 있다. 

적은 인원으로 회사가 굴러가야 하니까. 

그래서 데이터 추출은 남이 해주고 분석만 했다면 조금 난처하다. 
분석은 모르겠고 전 통계(에만!) 전문가입니다라고 하면 많이 난처하고….

그러니 SQL정도는 우습게! 쓸 수 있도록 갈고 닦아두고, 프로그래밍 언어, 예를 들면 python이나 R, scala 중에서 하나 정도는 기본적인 수준은 되도록 공부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찔린다. 나도 많이 부족하다. 이것땜에 떨어진 곳도 있는것 같은ㄷ…OTL)
요즘은 면접에서 SQL을 직접 작성해 보라거나 사전에 아예 과제를 내서 걸러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어는 혼자서 공부는 해봤다고 답하면, 언어에 대한 간단한 질문을 던지긴 하는데, 이건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서 양쪽 모두 답답하다. 그냥 평소에 내가 자주 짜 본 코드는 이정도다 이런걸 제시할 수 있으면 면접이 백만배는 수월해 진다. 개발자들은 보통 오픈소스에 기여했거나 본인의 개인 프로젝트를 git에 올려두고 링크만 이력서에 넣는데, 이게 가능하다면 제일 멋지다. (아.. 나도 언제쯤 이렇게…)

그리고 데이터 분석가로써 스스로 문제를 정의해서 진행한 경험이 있는지 많이 묻더라.

아무래도 빅데이터 분석이 새로운 영역이고 보니 관리자나 C레벨에서 분석할 목록을 쫘악 정리해서 들고있지는 않다. 따라서 분석가가 스스로 전문가로써의 역량을 발휘해 문제를 찾고, 정의하고, 풀어나가서 해법을 제시해서 설득 해주길 원한다. 그러니, 홈즈의 예리한 관찰력, 컨설턴트의 빈틈없는 논리력, 네임드 웹 소설가의 흡인력 있는 문장력을 가지고 있다면 어디나 합격할 수 있을듯 하다. 이건 농담이자 진담인데, 다 갖추긴 어렵지만 다 갖추면 정말 좋으니깐...

어쨋든 분석이란걸, 평소에 차근차근 시도 해 두어야 한다. 지금 있는 곳에서 나름대로 궁금한 주제를 정하고, 분석해서 결과를 주변에 공유해보는 연습... 이런게 쌓여야 면접 자리에 가서도 할말이 있다. 정말이다 내 면접의 팔할이 이런 얘기였다. 

일단 이럴 '꺼리'가 있다면 다시 다음 단계의 질문이 이어진다.
  • 그 중에서 회사의 매출에 기여했거나, 새로운 기능 개발로 이어진게 있나요? -.-a 이런걸 답하기 위해 평소에 분석할때 이게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교훈!
  • 그 중에서 통계 방법이나, 통계 모델, 머신러닝/딥러닝을 적용한 게 있나요? =.=a 이런걸 답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의식적으로 저것들을 공부하고 실험적으로라도 분석에 적용해봐야 한다는 교훈!

마지막으로 DW(Data Warehouse)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과 같은 전통적인? 데이터 분석을 해 왔는데, 이제부터 스타트업의 빅 데이터 분석가로써 일하고 싶다면, (제발) 다름을 인정하고, 얼마나 준비되었는지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빅 데이터 환경은 Spark나 Hadoop 기반인 경우가 많은데, 데이터 분석가의 공급이 한정돼 있다보니, SI 등에서 DW/CRM 경험을 가지신 분들도 꽤 지원한다. 이런 경우 아쉬운점은 DW = Big Data 로 생각하는 분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크게보면 같은 범주이지만 다른 점도 꽤 존재한다. 특히나 프레임웍 측면에서 다르니, 기술이나 개념을 새로 학습해야 한다. 그런데 그냥 거의 같은거라 줄기차게 주장하면서 Spark이나 Hadoop이 별거냐? 이렇게 나오면, 흠… 뽑고 싶지 않다. 
요즘같은 세상엔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능력이 참 중요한데, 새로운 것이 이미 알고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출발점은 학습을 하겠다는 건지 아닌지 의심이 갈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도 Spark이나 Hadoop을 개인적으로 공부는 해봤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공부의 증거(!)를 남기는게 필요하다. (나도 이제부터 블로깅을 더 열심히… 쿨럭…) 이것도 역시 면접이 백만배는 수월해 지니까....

진짜 마지막인데, 빅데이터가 유행이라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교육과정을 듣거나 스터디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주니어 급에서 이런 경우를 왕왕 만난다. 회사가 시시하다?거나 무시무시하다?고 느껴서, 그 시간에 공부에 집중해서 다른 회사로 옮겨보리라 하고 용감하게 그만두고 공부에 집중한다. 물론 스터디도 열심히 나가고, 스터디 결과를 블로그에도 깃헙에도 잘 남긴다. 하지만, 뽑는 입장에서는 스터디는 스터디인지라 한계가 많다. 대부분 깊이가 얕고 관심있는 핫한 요소만을 섞어서 써봤을뿐 어떤 문제상황이나 고려할 사항은 빠진 경우가 대부분이니깐. 게다가 이런 분을 몇 명 만나다보면 스터디로 해 본 내용들이 참 비슷하기도 하다. 
현재 있는 곳에서 어떡해서든 데이터 관련된 일을 조금이라도 해 볼 수있도록 노력해보는게 좋다. 거기가 현장이니까, 단순한 추출을 하더라도 현장의 고민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면 많은 양의 데이터는 어떤 형태의 파일로 어떻게 다운 받을 수 있을지, 내가 추출한 데이터가 맞는지는 어떻게 확인할지 같은 고민 말이다. 

스타트업에서 폼잡으며! 빅데이터 엔지니어/분석가로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업무 언저리의 자질구레한 일과, 그 업무 속에 본질적으로 포함된 생!노가다들을 품에 안고 작업을 완성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을 뽑는 입장에서, 아름답고 새로운 기술을 향해 현재 직장을 포기한 사람이 그리 끌리진 않을 거라는 거 이해 해주길 바란다.



결론은, 
"쫄지말고 현재 있는 그곳에서! 차근차근 분석과 학습의 로그!를 남겨나간다면, 당신은 이미 그들이 애타게 찾고있는 빅데이터 분석가이다."
라는 명제가 유의수준 0.05에서 참이라는 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