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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변화시킨 책들

문제 다시보기...("대체 뭐가 문제야"를 읽고)

by csk 2013. 2. 24.

최근에서야 알았습니다. IT 업계에 제럴드 와인버그라는 걸출한 분이 계시다는 걸요. 이 바닥!에서 50년 이상 근무한 베타랑이면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새로운 분야도 연구하고 일상 업무에 접목해서 삶을 변화시켜 나간 분이네요. 책도 엄청나게 많이 쓰셨고 교육도 많이 하셨네요. 그 분이 쓴 책들을 연달아 읽고 있는데 이번엔 "대체 뭐가 문제야 (Are your lights on?)" 라는 책입니다.

 

 

흠.. 우선 아주 얇습니다. 반응은 두가지죠. '이런 두께에 뭐 심오한 게 담겨 있겠어?' 하고 아예 보지 않거나, '아, 두꺼운 것보다 훨신 좋군! 바로 읽어봐야지.' 하는 거죠. 저는 후자에 속했습니다. 그림도 많다니... 흐뭇해하면서요.

이 반응들에 대해서도 한번 곱씹어 볼 수 있는데요. 책속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만약 문제를 너무 쉽게 해결한다면, 문제를 제시한 사람들은 결코 당신이 진짜 문제를 해결했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첫번째 반응이 이런 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골치아픈 문제를 남이 너무 쉽게 결론내면 으응? 뭐지? 하다가 이건아니지! 하고 부정하기 쉽거든요. 그래서 문제 자체에 대해 파헤치는 책이 이렇게 얇을 순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또 조금 열린 마음으로 해결안을 들을 당시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여 실행하더라도, 해보다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바로 '거봐! 이렇게 간단할 리 없지.' 하고 답이 아니라고 결론내죠. 하지만 언제나 나의 문제는 남에게는 보다 쉽고 단순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 남의 문제를 들어준 경우를 잠시만 생각 해 보세요.

 

저는 두번째 반응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쉬운듯 하나 쉽지는 않은 책이었습니다. 문제를 풀기위해서 문제를 다시 잘 살펴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거든요. 그 중 어떤 것들은 아하! 하고 받아들이게 되고, 어떤 것들은 다소 받아들이기 불편합니다. 

 

새롭게 생각하게된 관점 하나는, 문제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재정의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제를 다양한 사람들에게 제시하면 할 수록 얼마나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지 살펴보면 문제 정의의 다양성을 체험 할 수 있구요,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생각한 문제가 사실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음을 몇 년 후에 알게된 프로그래머의 이야기가 책에 나옵니다. 

 

저는 제 스스로가 속단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 결과 뭔가 신속하게 실행하지 못하면서 조바심에 괴로워 하죠. 하지만 이 책에서는 문제 자체를 제대로 연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문제만 잘 정의된다면 "어려운 문제는 당장 해결 가능하고, 불가능한 문제는 조금 더 걸린다"고 말할 정도 입니다.

 

읽으면서, 읽고나서, 제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다시 곰곰이 뜯어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 일까요? 제가 정말 바라는 것이 뭐고 그것과 현재의 차이(GAP)는 어떤 걸까요? ... 아직은 좀 머리가 아픕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새로운 관점은, 문제는 계속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걸 읽으면 생각한 건, '정말 그렇구나! 왜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였습니다.  

 

"각각의 해결안은 다음 문제의 근원이다"

 

해결했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상황에 대해서 문제 해결 자체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거나, 뭐가뭔지 모르는 혼돈 상태가 되어 자기비하에 빠졌던 적이 종종 있었네요. 해결을 위해 뭔가 바꾸면 조건이 바뀌고 그에따라 문제가 변화하는 건 당연한 건데 말입니다. 문제는 유기체! 였던 거에요. 로봇이 아니라 공룡 같은...

 

 

저를 불편하게 했던 부분은 "문제의 53.27%(?!?) 문제 해결자 자신에게서 비롯된다"고 하는 대목입니다. 심하게 관료적인 출입국 담당 공무원과의 일화가 소개되는데요, 내가 그를 심하게 관료적인 출입국 담당자로 만들었고 동시에 매우 친절하고 한 두 다리 건너면 알 수 있는 마트쮜신씨로도 금새 바꿀 수 있다는 내용 입니다.

 

저 퍼센티지를 도대체 어떻게 산정한 건지 매우 궁금하구요, 근거없다 생각하면서도 참 수긍이 가는 수치입니다. ^^; 사람은 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자기만의 해석을 달게 되는데, 저의 해석이 틀릴 확률이 저 정도쯤 되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또 한가지 불편한 부분은 "정말로 그것을 해결하고 싶은가?" 하는 마지막 장입니다. 이건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습니다. "난 해결하고 싶다고, 그러니까 문제 아니겠어." 라고 외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만 같으니까요. 흠.. 하지만 모든 해결책이란 좋은 결과만 100%로 구성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한 개인의 이해와 관련 해서 볼때는 더욱 그렇구요. 그래서 문제가 해결돼서 행복한 상황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면, 해결을 바라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심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얇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네요. 저자들(공공 저작입니다. 소개하지 않았던 도덜드 고즈라는 교수님도 함께 쓰셨네요.)이 위트도 있으면서 깊이도 있는 그런 책을 쓰신것 같습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읽으면서 번역에 대한 생각을 좀 하게 됐네요. 저도 얇은 책을 하나 번역하느라 고생을 좀 했더랬는데, 그 후에는 읽다가 뭔가 좀 이해가 안가거나,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 대목을 만나면 역자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납니다. 이 책도 그런 부분이 좀 있네요. 번역하신 분이 GS 홈쇼핑 상무니 전문 번역가는 아니신듯 합니다. 전문 번역가가 번역한 베스트 셀러 류의 책들에서는 이런 생각이 드는 대목이 없는 걸 보면 역시 해당 업무 전문가 보다는 번역 전문가가 번역을 해야 하는게 아닌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의역을 할 수록 한글이 매끄러워지기는 하지만, 원작자의 의도와는 달라질 수도 있으니, 흠.. 여전히 고민의 여지가 있네요. ^^;